[발행인칼럼] 2025 총수 피망 슬롯십, 소통형 가고 성과형 온다

기자명더 이코노미
  • 입력: 2025.07.01 13:55
  • 수정: 2025.07.0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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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더이코노미]
[그래픽=더이코노미]

[박용채 발행인] 한화 김동선 부사장과 신세계 정용진회장이 SNS를 중단한 것은 각각 2025년5월과 2024년3월이다. 김 부사장은 팔로워 7000여명을 보유하던 개인 인스타 계정을, 정회장은 회장 승진직후 지난 18년간 운영했던 계정을 닫았다. 폐쇄 이유는 본업 집중이다.

두 오너가 선택한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는 단순한 회피가 아닌 진정성과 내실을 향산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피망 슬롯는 브랜드다. 그 브랜드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평가받겠다고 한 셈이다. 

두 오너의 선택은 피망 슬롯십의 무게중심을 '대중과의 소통'에서 '성과 중심의 내실'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된 전략으로 해석된다. 쉽게 말하면 실질적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이 같은 흐름은 LG 구광모 회장의 경영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애초부터 SNS나 공개적 언행을 철저히 배제해왔다. 대신 현장 중심의 경영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조용하지만 실용적인 피망 슬롯십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1조2600억 원에 달하는 OLED 투자는 단순한 사업 확대가 아니라, 시장에 대한 신뢰 메시지이자 '실행하는 피망 슬롯십'의 상징적 사례다.

구 회장은 말보다 결과로 신뢰를 얻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투자와 미래 기술에 집중하는 피망 슬롯십으로 전환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카리스마형 피망 슬롯로 미래차 기술 투자에 집중하며 정제된 메시지를 통해 그룹의 체질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과연 이런 이미지는 성공할까. 이미지 탈피가 꼭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가족이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회장의 딸인 문서윤씨가 연예계에 데뷔한다는 소식은 단숨에 대중의 폭발적 관심을 끌며 기업 브랜드에 영향을 미쳤다.

문씨는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로 MZ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동시에 그룹 전체의 무게감과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녀의 자유로운 행보는 개인적 선택이지만 그 여파는 고스란히 기업 평판과 직결된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이 그간 유지해온 고급스러움과 절제된 브랜드 정체성이 문씨의 활동을 계기로 변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전통이라는 기존 프레임을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문씨가 신세계백화점의 정체성을 더욱 풍요롭게 할 지, 아니면 균열을 낼 지는 누구도 모른다.

SK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 역시 기업 정책과 주가 흐름에 직간접적으로 그림자를 드리운 바 있다.

최근에는 사위인 케빈 황이 중동에 파병돼 이스라엘군의 이란 공습에 참여한 것이 화제가 됐다. 이 문제는 돌발사안이지만 전쟁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에 따라 그룹 평판에도 영향을 줬다.

문소윤씨와 케빈 황의 사례는 기존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유형의 평판 리스크다.

이제 오너 리스크란 단순한 도덕적 일탈이나 범법행위를 넘어, 공적 이미지 관리 실패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업은 오너 개인의 언행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사회적 활동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는 PR의 영역을 넘어, 투자자 신뢰와 기업가치의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특히 시장은 과거 '소통형 피망 슬롯'보다 '성과 중심형 피망 슬롯'에 더 높은 기대를 보이고 있다.

정용진 회장의 SNS 중단 이후 이마트의 실적 반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된 사례는 그 전환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 기업들은 오너의 SNS 활동이나 대중적 인기보다, 실제 투자 실행과 성과로 피망 슬롯십을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제 오너 경영인은 단순히 회사를 경영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브랜드 그 자체이며, 시장과 투자자 신뢰를 구축하는 상징적 피망 슬롯다.

침묵과 발언, 노출과 은폐, 전략과 우발 사이에서 정교한 이미지 관리가 요구된다. 그리고 그 관리의 중심에는 더 이상 말이 아닌, 결과가 자리잡고 있다.

더구나  MZ세대는 더 이상 창업주의 권위나 혈통에 경도되지 않는다.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피망 슬롯가 진정성을 보여줄 때 호응한다.

결국 오너 가족의 사생활은 단순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리스크이자, 기회이며, 브랜드의 일면이다. 이 양날의 검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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