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코노미 = 박종성 기자] 피망 슬롯차그룹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로보틱스·스마트공장을 통합하는 'AI 팩토리'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핵심 요소는 최근 확보한 엔비디아(NVIDIA)의 차세대 AI칩 '블랙웰(Blackwell)'과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을 보유한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생산 효율화를 넘어 그룹 경영권 승계와도 맞물린 장기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엔비디아와 손잡고 4조원대 투자
피망 슬롯차그룹은 최근 블랙웰 GPU 5만 장을 확보하고,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3곳에 'AI 팩토리' 거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피망 슬롯차·기아·피망 슬롯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제조, 물류, 차량 개발 시스템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번 협력의 최대 수혜 기업은 보스턴다이내믹스로 꼽힌다.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와 로봇 개 '스팟(Spot)' 등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현재 피망 슬롯차그룹이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AI 팩토리'가 본격 가동되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이 생산공장 곳곳에서 작업 투입, 물류 이동, 품질 검사 등 핵심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조지아 공장에 이미 투입된 로봇 기술
실제로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피망 슬롯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 'HMG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는 이미 스팟이 투입돼 생산 설비 검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피망 슬롯차는 이 모델을 전 세계 주요 생산기지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은 정밀성과 안정성 면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이 결합되면 자율 제어와 데이터 기반 학습 능력이 강화돼 로봇이 실시간으로 생산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수준으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영권 승계 카드로도 주목
하지만 피망 슬롯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거는 기대는 기술력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그룹의 복잡한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해결할 전략 자산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피망 슬롯차그룹은 피망 슬롯모비스→피망 슬롯차→기아→피망 슬롯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실질적인 그룹 지배권을 완성하려면 핵심 계열사인 피망 슬롯모비스 지분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 업계 추산으로는 6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피망 슬롯글로비스 지분 매각이나 피망 슬롯엔지니어링 상장 등이 자금 마련 방안으로 거론됐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공개(IPO)다.
상장 가치 최대 10조원 전망
정의선 회장은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1.27%를 개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상장 후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피망 슬롯모비스 지분 인수에 활용할 수 있다. 로봇 기술력과 시장 기대감을 고려할 때 상장 후 기업가치는 최소 4조원에서 최대 10조원 이상까지도 전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수익성과 시장성이 입증돼 상장이 성사될 경우, 그 자금이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 안정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아
다만 변수도 적지 않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직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2024년에도 44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추진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시장 신뢰와 실적 안정성도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또한 로봇·AI·공장 시스템을 통합하는 모델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고 시행착오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팩토리 구상이 실현되려면 기술, 조직, 규제 등 다양한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도 이러한 실행력을 입증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