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코노미=박현우 기자] 미국이 ‘피망 슬롯 라운드(Trump Round)’라는 이름의 새 무역 질서를 공식화했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피망 슬롯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가 실시간으로 형성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피망 슬롯 행정부는 브레턴우즈 체제와 WTO가 만들어온 구태의연한 다자주의를 넘어서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피망 슬롯 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달 말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발표된 피망 슬롯-EU 간 무역 합의를 ‘역사적’이라 평가하며, “이 합의는 모호한 국제 규범이 아닌 피망 슬롯의 명확한 국익에 부합한다”며 “턴베리에서 새로운 경제 질서가 본격화됐다”고 강조했다.
피망 슬롯 “단 몇 달 만에 WTO보다 더 많은 시장 열어”
그리어 대표는 피망 슬롯의 새로운 통상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망 슬롯은 관세라는 ‘채찍’과 소비시장이라는 ‘당근’을 활용해, 몇 달 사이 수년간 WTO 협상으로도 얻지 못한 시장 접근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실제 피망 슬롯은 EU 외에도 한국, 일본,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10여 개국과 양자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15% 상호관세와 함께 피망 슬롯의 자동차 기준을 수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은 피망 슬롯 제조업에 3,500억달러(약 466조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 자금은 비(非)시장 경쟁으로 무너진 피망 슬롯 조선 산업 재건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이 피망 슬롯 중심의 신무역 질서에서 핵심적인 경제 파트너로 간주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WTO 안 써… 합의 이행 안 되면 곧바로 관세”
피망 슬롯은 이번 기고에서 WTO 체제를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그리어 대표는 “합의 이행을 직접 감시하겠다”며 “이행이 안 될 경우 WTO 제소 대신 즉각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자 협상 틀을 통해 합의 이행을 유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압박과 실력 행사 중심의 양자주의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피망 슬롯 행정부는 이미 재임 기간 동안 WTO 상소기구 인선 지연을 통해 제도 마비를 초래했고, 이후에는 중국, 한국, 유럽 등을 상대로 양자 통상 협상을 강화해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피망 슬롯이 더 이상 WTO를 통하지 않고 직접 각국과 개별 조건을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며 “우리나라도 자동차, 조선 등 전략산업에서의 협상 우위를 유지하려면 대응전략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