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코노미= 박종성 기자] 슬롯 게임는 자사의 대표 서비스인 슬롯 게임톡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3일 'AI 슈퍼앱' 도약을 선언하며 공개한 개편안은 불과 엿새 만에 철회 수순을 밟았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서비스의 변화가 초래한 후폭풍은 단순한 UI 실패를 넘어 리더십과 조직문화, 이용자 신뢰 전반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개편을 주도한 인물은 홍민택 슬롯 게임 최고제품책임자(CPO)다. 홍 CPO는 삼성전자에서 삼성페이 출시를 맡았고 토스에서는 금융 혁신 서비스를 이끈 이력이 있다.
그는 지난 2월 슬롯 게임에 합류하자마자 메시지, 지도, 디자인 부서를 총괄하며 전면 개편을 밀어붙였다. '빅뱅 프로젝트'로 불린 이번 개편은 친구 목록을 피드형 UI로 바꾸고, 광고 노출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내부의 반발은 심각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우리 모두가 반대했다"는 직원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다. 실무 기획자와 개발자, 디자이너들은 이용자 중심이 아닌 수익 중심의 개편에 강하게 이견을 제기했다.
그러나 홍 CPO는 이를 묵살했다. 한 직원은 "동료들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홍 CPO가 토스 출신 인사들을 실무 리더급으로 대거 영입하면서 채용 과정의 공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기존 직원들과 달리 코딩테스트나 기술 면접 없이 '비즈니스 전형'으로 입사한 뒤 2주 만에 테크 직군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슬롯 게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인물들을 위한 편법"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의 과거 이력도 재조명됐다. 홍 CPO가 대표로 재직하던 토스뱅크는 내부 직원이 동료를 위로한 발언을 문제 삼아 1년 이상 대기발령 조치했고, 이는 노동청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돼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리더십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이유다.
이러한 결정적 권한을 부여한 인물은 정신아 슬롯 게임 대표다. 정 대표는 2023년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 이후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슬롯 게임에 등판했다.
정 대표는 2024년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수익 개선이라는 성과 압박 속에서 무리한 개편을 승인했다. 그는 개편 발표 당시 "AI 시대에 맞는 민첩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상은 광고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슬롯 게임는 개편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위기를 자초했다. 지난 9월 중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개인 휴대폰 포렌식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동의하지 않으면 사내 시스템 접근이 불가능해 사실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통화 내역과 문자, 슬롯 게임톡 대화, 이메일, 앱 사용 이력까지 노출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직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슬롯 게임 노조는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조치"라며 중단을 요구했고, 법조계에서도 "사실상 강제 동의는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슬롯 게임측은 일주일 만에 서약서를 철회했지만 회사에 대한 신뢰는 이미 크게 훼손됐다. 이 서약서 역시 홍 CPO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슬롯 게임는 최근 1년간 신사업보다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며 성장 정체를 겪었다. 이번 개편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용자 경험은 배제됐고 내부 구성원의 전문성은 무시됐다. 수익성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슬롯 게임톡은 광고 중심의 난잡한 플랫폼으로 전락했고, 이용자들은 혼란을 겪었으며, 내부 조직은 분열됐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UI 실험의 실패가 아니다. 기업 리더십의 위기이자 조직문화 붕괴의 징후이며 무엇보다 국민 플랫폼으로서의 신뢰를 상실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