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코노미 = 송현우 기자] 중흥건설이 오너 2세 기업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로 슬롯 커뮤니티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자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회사 측은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29일 중흥건설 관계자는 “슬롯 커뮤니티위 처분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은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라며 “행정소송 제기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슬롯 커뮤니티위는 지난 6월, 중흥건설이 정원주 중흥토건 부회장(현 대우건설 회장) 소유 계열사들을 위해 약 10년간 총 3조2096억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 흔히 “아빠 찬스”라 불리는 오너 2세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슬롯 커뮤니티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흥토건 및 6개 계열사가 시행한 12개 건설사업에서 총 24건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유동화 대출에 연대보증·자금보충 약정 등을 제공했다. 시공사가 시행사로부터 공사 물량을 확보하고 이익을 얻는 대가로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것은 통상적 관행이지만 이번 건에서 중흥건설은 시공에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무상으로 보증을 섰다.
중흥건설은 그룹 총수 정창선 회장이 지분 76.7%를 보유한 핵심 계열사다. 반면 중흥토건은 장남 정원주 부회장이 2007년 약 12억원에 인수한 지역 건설사에서 출발했다.
슬롯 커뮤니티위는 “중흥토건은 자체 신용만으로는 대규모 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어려웠다”며 “결국 그룹 지원을 발판으로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흥토건과 계열사들은 이번 신용보강 덕분에 약 2조9000억원의 자금을 손쉽게 조달했고, 매출은 2014년 1조원대에서 2023년 6조678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82위에서 16위까지 뛰었다.
2021년에는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그룹 핵심사로 올라섰고 2023년에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정원주 부회장의 승계가 사실상 완성됐다.
슬롯 커뮤니티위는 이번 행위를 부당지원으로 규정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총 180억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회사별로는 중흥건설 90억4900만원, 중흥토건 35억5100만원, 중흥에스클래스 5억900만원, 중봉산업개발 1억2200만원, 브레인시티PFV 42억6300만원, 모인파크 1억7400만원, 송정파크 3억5300만원 등이다.
또 중흥건설이 제공한 신용보강 대가 중 181억원이 누락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검찰 고발도 병행했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지난달 중흥건설을 기소했다. 검찰은 정원주 부회장이 이번 지원으로 지분가치 상승, 배당금 650억원, 급여 51억원 등 사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중흥건설은 곧바로 이의를 신청했으나 슬롯 커뮤니티위는 지난 8월 이를 기각했다.
중흥건설 측은 “충분히 소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다시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건설사 내부거래와 오너 2세 승계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한다. 무상 신용보강이 중흥토건의 시장 지위를 비정상적으로 키운 동시에, 경쟁 질서를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슬롯 커뮤니티위 판단은 행정소송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 경제법 전문가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과징금 부과가 아니라, 승계 과정에서 기업 자원이 오너 2세 지원에 동원된 전형적 사례”라며 “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향후 유사 사례 규제의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