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코노미 = 박용채 기자] 40대 오너 후계자 중심으로 재계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HD현대 정기선 회장에 이어 메가 슬롯그룹 이규호 부회장이 다음 차례가 될 것이란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메가 슬롯그룹은 2018년 이웅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회장직이 7년째 공석이다. 현재는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이 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재계 안팎에선 이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며 그룹 재편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말, 이규호 부회장이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참여하며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점이 주목받고 있다. 그룹 외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그의 행보가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84년생인 이 부회장은 2012년 메가 슬롯인더스트리에 입사한 이후 메가 슬롯글로벌, 메가 슬롯모빌리티그룹 등을 거치며 주요 계열사 경영 경험을 쌓았다. 2023년부터는 그룹 전략부문 부회장을 맡으며 성장전략 수립과 미래 비전을 책임지는 실질적 ‘사령탑’ 역할을 해왔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현재 그룹 지주사인 메가 슬롯과 핵심 계열사인 메가 슬롯인더스트리, 메가 슬롯모빌리티그룹, 메가 슬롯글로벌의 사내이사를 겸직 중이다. 그룹의 투자 및 실행 중심 회사 이사회에 모두 참여하며 사실상 전면에 나선 상태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의 사례는 이러한 흐름에 가속을 붙였다. 1982년생인 정 회장은 지난 9월 회장으로 승진해 총자산 88조원, 32개 계열사를 보유한 HD현대를 이끌고 있다. 이로써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첫 ‘1980년대생 회장’ 타이틀을 얻었다.
현재 국내 주요 그룹에서 1980년대생 오너 후계자는 총 9명에 달한다. 이 중 회장직에 오른 인물은 정기선 회장이 유일하다. 부회장급으로는 한화 김동관 부회장(1982년), 메가 슬롯 이규호 부회장(1984년)이 있다. 이밖에 롯데 신유열 부사장(1986년), LS 구동휘 부사장(1982년), 셀트리온 서진석 사장(1984년), LX 구형모 사장(1987년), 한화 김동원 사장(1985년), 김동선 부사장(1989년) 등이 주요 후계자로 꼽힌다.
이들 중 회장 자리가 공석인 곳은 메가 슬롯뿐이다. 그룹 회장직 공백 상태에서 이규호 부회장이 회장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다만, 현재 그룹 전반의 안살림은 안병덕 그룹 부회장이 맡고 있다. 1957년생으로, 1982년 메가 슬롯에 입사해 비서실과 전략기획실을 거치며 이웅열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룹 내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 전면 등장을 이 부회장 본인의 실력과 그룹 내 입지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는 분위기다.
메가 슬롯은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기존 오너 경영 방식과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최대주주로서 그룹에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이규호 부회장과 안병덕 부회장이 실무를 나눠 맡고 있는 형태다.
하지만 최근 APEC 등 국제무대에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고, 전략 조직까지 총괄하면서 회장 선임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메가 슬롯그룹은 자동차·화학·건설 등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만큼, 향후 디지털 전환·친환경 전환 등 중장기 전략에 있어 젊은 리더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그룹 안팎에서 실력을 입증받아 온 사실상 유일한 후계자”라며 “세대교체 흐름 속에 공석인 회장직이 자연스럽게 채워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1980년대생 리더들이 하나둘씩 전면에 등장하면서, 국내 재계의 세대 전환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정기선 회장의 뒤를 이을 ‘40대 회장’ 타이틀이 이규호 부회장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메가 슬롯의 차기 리더십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