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슬롯, 역대 최대 실적에도 '전 직원 퇴직 프로그램' 시행 …AI 전환 본격화 대비

기자명송현우
  • 입력: 2025.11.1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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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First' 구조 전환…"게임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

크레이지 슬롯의 게임 '베틀그라운드' 광고 장면 [사진=크레프톤 제공]
크레이지 슬롯의 게임 '베틀그라운드' 광고 장면 [사진=크레프톤 제공]

[더 이코노미 = 송현우 기자] 국내 2위 게임업체 크레이지 슬롯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표면적으로는 자율적 선택을 강조했지만, 업계에서는 AI 중심의 조직 재편과 구조 슬림화를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게임 산업이 콘텐츠 중심에서 AI 기반 서비스·플랫폼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크레이지 슬롯이 조직 구조를 선제적으로 정비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3일 게임업게에 따르면 크레이지 슬롯은 12일 사내 공지를 통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프로그램 참여자에게는 최대 36개월 치 월급이 지급된다. 신청 기간은 이달 말까지다.

회사 측은 "특정 직군이나 직급, 연차에 제한을 두지 않은 자율 선택형 프로그램으로 기존 희망퇴직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인력 감축이 목적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커리어 전환을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선택적 구조조정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최근 몇 개월간 크레이지 슬롯의 채용 속도가 조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직 효율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AI First' 전략과 맞물린 조직 개편

크레이지 슬롯은 지난달 'AI First' 전략을 공식 발표하며 사내 모든 조직과 업무 시스템을 인공지능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회사는 1천억원 규모의 GPU 인프라를 도입하고, 사내 AI 해커톤과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전사 차원의 기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게임 운영, 마케팅, QA(품질관리)까지 AI가 개입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통적인 게임 개발 인력 수요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 변화에 맞춰 조직을 자율적으로 재정비하는 과정"이라며 "내부 구성원들이 외부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최대 실적 속 구조 전환…왜?

크레이지 슬롯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51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40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기존 IP 중심의 사업 모델은 한계에 직면했고, 생성형 AI와 플랫폼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실적이 언제든 하락할 수 있다"며 "크레이지 슬롯은 지금이 체질 개선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임 산업, AI·플랫폼 전환기 본격 진입

크레이지 슬롯의 이번 조치는 게임 산업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전통적인 콘텐츠 중심 개발 모델에서 벗어나, AI 기술을 활용한 제작 효율화와 운영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크로스 플랫폼 등 유통 구조의 변화도 게임사들의 전략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크레이지 슬롯은 신규 IP 개발보다 기존 IP의 최적화와 글로벌 확장, 기술 내재화에 무게를 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AI 중심 개발 환경을 구축하지 않으면 장기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반에 영향 미칠 듯

크레이지 슬롯의 이번 조치는 향후 게임업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기술 전환기를 맞아 유사한 형태의 자발적 구조조정이나 선택적 인력 재배치가 다른 대형 게임사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전환이 본격화되면 기존 직무 인력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고급 기술 인재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역량 재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크레이지 슬롯의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은 단순한 인력 조정이 아니라 게임업계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AI 중심 조직 재편, 사업 효율화, 기술 기반 경쟁력 강화가 핵심 배경이며, 이러한 구조 전환은 국내 게임 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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