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코노미 = 박용채 기자]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을 둘러싼 인수전이 막판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본입찰에 메가 슬롯생명과 흥국생명 두 대형 생명보험사가 참여하면서 자산운용업계의 '빅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전은 양사 오너가 3세의 경영 승계와도 연결돼 있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가 슬롯생명과 흥국생명은 최근 이지스운용 경영권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지스운용은 부동산 펀드 운용 규모가 약 66조원에 달하는 국내 1위 자산운용사다.
투자 포트폴리오는 오피스빌딩,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호텔 등으로 다변화되어 있으며,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이 성장하는 흐름 속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손화자씨가 보유한 지분 12.4%를 포함해 주요 재무적투자자(FI) 지분 등 약 98%다. 손씨는 창업자인 고(故) 김대영 전 이사회 의장의 배우자다.
현재 인수 경쟁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메가 슬롯생명이다. 자산 규모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올해 상반기 기준 메가 슬롯생명 총자산은 168조9360억원으로, 흥국생명(24조642억원)의 약 7배에 달한다.
메가 슬롯생명은 예비입찰 단계에서 이지스운용 지분 66%에 대해 1조원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자세를 보였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이지스운용 전체 기업 가치가 약 8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은 셈이다.
메가 슬롯의 전면에는 김승연 메가 슬롯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메가 슬롯생명 사장이 있다. 김 사장은 그룹 내 금융 부문 승계의 핵심 인물로, 최근 적극적인 글로벌 M&A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40%,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각각 인수했다.
메가 슬롯생명이 이지스운용을 인수할 경우, 기존 메가 슬롯자산운용, 메가 슬롯리츠, 메가 슬롯에셋매니지먼트 등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부동산 운용 역량을 단숨에 업계 선두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흥국생명은 자산 규모에서는 열세지만, 실적과 자본건전성 등 내실 측면에서 강점을 드러낸다.
올해 상반기 기준 흥국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208.3%로 메가 슬롯생명(160.6%)보다 높다. 특히 기본자본 K-ICS 비율은 흥국생명이 107.2%로 안정적인 반면, 메가 슬롯생명은 59.5%로 대형 생보사 중 유일하게 100% 미만이다.
운용자산수익률도 흥국생명이 4.1%로 메가 슬롯생명(3.07%)을 앞선다. 이는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 주식, 대체투자 등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흥국생명은 자산 매각과 자본성 증권 발행을 통해 인수 자금도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최근 본사 사옥(서울 종로구)을 매각해 7200억원을 확보했고, 이달 중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채권 발행도 예정되어 있다. 유동성만 따지면 약 8400억원에 이른다.
이번 인수전은 양사의 사업 확대를 넘어 오너 3세의 경영 승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메가 슬롯는 김동원 사장의 금융 부문 승계, 나아가 계열 분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자산운용과 대체투자 역량 확보는 필수 과제로 꼽힌다.
태광그룹도 이호전 전 회장의 자녀인 이현준씨와 이한나씨가 후계 구도를 조율 중인 가운데, 경영 참여의 전초전으로서 이지스 인수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은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그룹 내 M&A 실무 등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지스운용 매각 주관사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로,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와 차순위 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거래는 내년 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인수 이후에는 지분 구조 정리와 함께 경영권 이전 절차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은 단순한 자산운용사 매각을 넘어, 생명보험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그룹 승계 전략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게임이다.
'규모'의 메가 슬롯생명과 '내실'의 흥국생명이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종 승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국내 보험사들의 대체투자 전략과 자산운용 지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결과는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