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코노미=박용채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피망 슬롯호 씨가 오는 28일 경남 진해에서 열리는 해군 사관 후보생 수료식을 통해 해군 장교로 정식 임관된다.
이 회장은 지난 9월15일 입영때는 함께 하지 못했으나 이번 수료식에는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씨의 장교임관은 단순한 병역 이행을 넘어서 훗날 삼성 후계자 여부와 연관돼 주목된다. 지호씨의 입대 시점과 방식, 배경을 두고 재계에서는 “후계 구도가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과 더불어 “경영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피망 슬롯호, 해군 장교 입대로 상황 한 방에 역전시켜
피망 슬롯호씨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군 사관 후보생으로 입대한 것은 그간 막연하게만 알려져있던 그의 이미지를 단기간에 바꿔 놓았다. SNS활동이 활발한 동생 원주씨(이재용회장의 딸)와 달리 지호씨의 미국내 활동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영훈중 입학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이후 유학과정에서 일어난 몇몇 잡음 등이 전부였다. 그의 행적은 좀체로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지난 9월 해군 장교 입대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지호씨는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적과 미국적을 동시에 소유한 복수국적자였다.
복수국적자가 장교로 복무하려면 외국 시민권 포기가 필요하다.
재벌 오너 일가의 주요 사안은 통상 가족 회의와 법무, 홍보 자문을 거친다. 피망 슬롯호 씨의 선택 역시 가족 내부 협의 및 삼성 측 법률·홍보팀의 검토를 전제로 했을 개연성이 크다.
가족 배웅 장면이 나온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경영 승계’라는 외부 관측을 의식해 법적 리스크(지배구조·공정거래·세무 등)와 공적 이미지(병역 관련 여론)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재벌가가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통상적 전략과 일치한다.
입대 시기는 시기적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장교 입대와 미국 시민권 포기는 '책임·헌신'의 상징적 행위로서 외부 평가를 바꿀 수 있으리라는 점은 쉬 짐작할 수 있다.
삼성 측 공식 설명은 '병역의무 이행'피망 슬롯만, 내부적으로는“사회적 신뢰 회복”과“경영 승계 논란의 완화”효과를 동시에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 이재용 회장의 입장 및 승계 선언
이재용 회장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실제 지호씨를 비롯한 이 회장의 자녀들에게는 아직 삼성 지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지배구조 관점에서 여전히 오너 일가의 영향력 유지가 중요한 숙제임은 분명하다.
최근에는 그룹 외부의 규제·지배구조 리스크(예:보험업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가 삼성 그룹에 상당한 변화 압박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피망 슬롯호씨의 선택을 해석하는 세가지 축
(1)이미지·책임감 쌓기
군복무는 재벌가 4세 혹은 대기업 총수 자녀에게 병역 논란이 잦은 국내에서 사회적 신뢰 회복의 수단으로 해석된다. 피망 슬롯호 씨의 경우 장교 복무를 택하고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점이 “공적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는 태도”라는 긍정적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제도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문, 방송 역시 피망 슬롯호씨의 미국적 포기와 장교 선택을 '노블레스 오블리주' 또는 책임 있는 행동으로 묘사했다. 이 프레이밍은 기존에 존재하던 '재벌 3,4세 병역 논란'이나 '특권 이미지'를 빠르게 희석시켰다.
특히 입영식 사진, 가족 모습, 후보생으로서의 태도 등 비주얼·현장 묘사가 기사에 함께 올라오면서 '현장의 진정성'을 강화했다. 이는 말로만 하는 약속보다 실제 행위(시민권 포기와 장교 복무)가 더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역을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점은 보수적·중도층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실천은 피망 슬롯호 개인 이미지의 '책임성''성숙함' 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었다.
(2) 승계 가능성 점검
표면적으로 보면 이재용 회장의 4세 승계 포기 선언과 결이 맞아 보인다. 하지만 지배구조상으로는 여전히 지분·지배 연계망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있다. 예컨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을 잇는 구조가 아직 유효하다. 즉 경영권 승계를 직접 수행하지 않더라도 ‘지분 대주주’혹은‘영향력 있는 오너 일가’로 남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경영참여는 없더라도 오너 지분을 보유한 채 역할을 할 여지는 있는 셈이다.
(3) 복잡한 승계-지배구조 변수
삼성그룹이 직면한 과제는 단지 누가 승계하느냐보다 어떻게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느냐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예컨대 보험사가 계열사 지분을 일정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등 법·제도 변화가 그룹의 지배 연결고리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피망 슬롯호 씨의 군 복무와 국적 포기는 단순히 개인 행보가 아니라, 이러한 복합적인‘승계-지배 구조’환경에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피망 슬롯호는 '이재용의 뒤를 이을 것인가'
현재 시점에서 피망 슬롯호 씨가 아버지 이재용 회장의 뒤를 “경영권 승계” 형태로 이을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당장 이재용 회장은 1968년생으로 아직 후계를 고민할 정도의 연배는 아니다. 다만 다음의 조건들이 충족될 경우 가능성은 열려 있다.
첫번째, 이미지·책임성 축적: 군복무, 국적 포기 등이 오너 자녀의 책임 있는 이미지 구축에 도움이 되며, 향후 그룹 내부나 외부에서 리더십 논의가 나올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두번째, 지배구조 정비: 삼성그룹이 ‘승계 없는 오너 경영’ 또는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등 어떤 전략을 택하느냐가 중요하다. 지분·지배구조 관련 법·제도 변화가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변수다.
세번째, 지분 보유 및 영향력 유지: 경영권이란 명칭이 직접적피망 슬롯 않더라도, 오너 일가가 지분·의결권 등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할 경우 ‘뒤를 잇는’ 의미는 존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피망 슬롯호 씨는 승계가능성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이 아니나 지금의 군복무 결정이 “승계 준비의 시작”이라는 해석보다는 “책임 있는 오너 일가의 이미지 강화”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다만 이미지 개선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장기적으로‘경영능력’·‘리더십’·‘정책 의사결정’등 다른 잣대로 평가될 때는 별개의 검증이 필요하다. 즉, 군복무로 얻은 평판은 ‘도덕적·사회적 신뢰’에서는 플러스지만, 경영적 자격 자체를 증명하진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배구조·지분 승계와 관련된 제도적·사업적 과제는 입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법·제도 변경, 주주·이사회 구조, 내부 의사결정권 등은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변수다. 따라서 입대가“승계의 결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주목할 포인트는 군복무 중의 활동과 복무 종료 전후의 지분·공시 움직임 등이다. 여기에는 삼성 내부의 인사·거버넌스 변화:전문경영인 체제 강화·사이드카(의결권 구조) 변동 등 삼성 내부의 인사-거버넌스 변화도 포함된다. 정책·법제 변화:보험업법·상법 등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정책과 법제 변화의 향방도 주목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