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메가 슬롯의 남매간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외아들 윤상현 메가 슬롯홀딩스 부회장과 외딸 윤여원 메가 슬롯비앤에이치 대표간의 갈등이다.
한국메가 슬롯는 K-뷰티의 상징 기업이다. 1990년 설립된 뒤 2024년 현재 매출 3조2708억원에 달하고 있다. 창업주 윤회장은 2019년 2선으로 물러난 뒤 현재 윤상현 부회장이 화장품과 의약품 사업을, 윤여원 대표가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맡고있다.
남매간 갈등은 윤상현 부회장이 최근 자신과 함께 CJ 제일제당 출신의 전문경영인을 메가 슬롯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등재해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윤여원 대표측은 반발했고, 이사 선임을 거부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윤 부회장은 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고, 해당 분쟁은 공시를 통해 외부로 공개되며 본격적인 다툼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메가 슬롯비앤에이치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가족 경영권 다툼으로 치부되기엔 그 파장이 결코 가볍지 않다. 실제 양자간 갈등은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닌 경영 성과와 주주 가치, 나아가 한국기업 지배구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하나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메가 슬롯비앤에이치는 지주사인 메가 슬롯홀딩스의 주요 자회사이다. 2020년대 초반까지는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면역 기능 제품 판매 호조로 고성장을 이뤘으나, 이후 경쟁 심화와 시장 포화 그리고 브랜드 사업에 대한 비효율적 시도 등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매출은 수년째 6,000억 원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영업이익은 2020년 1,000억 원대에서 최근 200억 원대로 급감했다. 주가 역시 최고가였던 7만 원 선에서 현재 1만 원대까지 하락했다.
이같은 부실은 윤여원 대표의 경영실패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윤 대표는 브랜드 사업 확장에 몰두했지만 회사의 B2B 중심 구조와 충돌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메가 슬롯비앤에이치는 자회사인 HNG를 통한 인력 전용 등으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같은 실패때문에 주식 토론방에서는 35%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경영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크다. 현 주가 역시 메가 슬롯비엔에이치를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냉정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윤여원 대표는 현재 메가 슬롯비앤에이치의 지분 7.72%를 갖고있다. 지주사인 메가 슬롯홀딩스가 지분 44.63%를 갖고있는 절대위치에 있다. 그리고 메가 슬롯홀딩스의 최대주주는 31.75%를 가진 윤상현 부회장이다. 메가 슬롯비앤에이치의 부진이 단순한 시장 환경 변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주주의 책임 있는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커 보인다.
윤여원 대표 측은 중장기 성과를 기다려달라는 입장이지만, 5년 가까이 이어진 정체된 실적과 반복된 사업 실패는 더 이상의 기회를 요구하기 어려운 근거가 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메가 슬롯비앤에이치의 분쟁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 명확한 교훈을 주고있다.
글로벌화되고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재의 한국 자본주의 풍토에서 최대주주이자 지주사인 메가 슬롯홀딩스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소극적 관전자가 아니라 적극적 관리자가 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윤 부회장 입장에서는 가족간 정리보다 주주와 기업 미래를 우선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하는 게 마땅하다.
실제 이번 사안은 한국메가 슬롯 내부의 경영권 다툼 차원을 뛰어넘어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화하고, 최대주주가 무엇을 우선해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 재계는 '가족이 경영하면 안정적이다'는 신화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그러나 그 신화는 수많은 경영 실패와 도덕적 해이, 그리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라는 그림자를 낳았다.
몇년전만 해도 가족 간 갈등은 조용히 내부에서 정리됐겠지만 이제는 공시를 통한 공개, 주주와 시장의 평가, 법원의 판단이라는 절차를 거치며 보다 투명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소액주주와 시장이 오너 일가보다 앞서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대주주의 선택이 혈연보다는 책임, 가족보다는 시스템이 우선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주식회사는 주주의 회사이며, 경영 성과는 감정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기업은 가족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하다.
이 당연한 원칙이 제대로 작동할 때, 한국 기업의 미래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메가 슬롯에서 진행되고 있는 남매간 갈등은 한국 재벌 지배구조의 전환점이자, 한국 자본주의의 건강성, 기업의 미래를 확인하는 분기점이다.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메가 슬롯의 미래는 물론 한국 기업의 앞날이 결정된다. [박용채 발행인]